[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화도진도서관과 관동갤러리 도움 덕에 올여름 사진 전시회를 마치고 다시 사진집을 내게 되었습니다. 아들과 아내에게 아버지 얼굴을 보여줄 수 있어 좋았고, 옛 사진을 보고 즐거워하시는 어머님 모습을 보니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6남매 단톡방은 옛 사진을 소환해 가며 추억여행에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이런 좋은 경험을 더 많은 분이 갖게 되시길 바라며, 사랑하는 가족들과 좋은 추억, 예쁜 사진 많이 남기시기를 바랍니다.” -수강생 김웅재- “‘한일(韓日) 어머니 이야기'를 준비하면서 나의 슬픔도 기쁨도 다 아는 인천과의 만남도 벌써 20여 년이 지났다는 것을 다시 실감했습니다. 그동안의 세월을 다시 돌아보면서 제대로 정리해보지 못한 아쉬움이 남지만 매우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화도진도서관 관계자분들, 류은규 교수님과 도다 관장님을 비롯하여 함께해 주신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수강생 야마다 다까꼬- 수강생들은 하나같이 지난 1년을 회상하며 ‘즐겁고, 행복했다’라고 했다. <사진으로 기록하는 아카이빙> 강좌는 지난 4월 14일부터 주 1회 모여, 사진 복원과 촬영 및 기억을 정리하고 전달하는 방법을 모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코로나19로 일본 왕래가 어려웠었는데 이번에 4년 만에 도쿄에서 독자들과 만나게 되어 기뻤습니다. 그동안은 주로 온라인으로 독자들을 만나왔는데 직접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니 기쁘기 짝이 없습니다. 강연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웃고, 손뼉 치며 반응해 주는 모습을 보면서 역시 인간에게는 ‘대면(對面)의 세계’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습니다. 서로의 호흡을 느끼면서 직접 메시지를 전달하는 즐거움을 만끽한 강연이었습니다.” 이는 그제(23일) 저녁 7시, 도쿄 간다 진보쵸(東京神田神保町)에 있는 출판클럽 4층 회의실에서 열린 《기억의 기록》 -오래된 사진에서 보이는 삶의 양상- (『記憶の記録』 古い写真が紡ぐ暮らしの様相)을 강연한 도다 이쿠코(戸田郁子, 64) 작가의 말이다. 이날 강연장에는 50여 명의 독자와 온라인으로 36명, 모두 90여 명에 이르는 독자가 모여서 도다 이쿠코 씨의 강연에 귀 기울였다. 도쿄 한 복판에서 이 정도의 인원이 모인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작가인 도다 이쿠코 씨는 현재 인천에 거주하며 남편인 사진가 류은규 씨와 함께 윤동주 고향인 간도 지역에서 직접 찍고, 수집한 사진으로 만든 <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신포동 비좁은 골목길 / 낯선 벽에서 만난 문장 씨앗되고 한 장 사진 조각보처럼 이어 / 살아 있는 이야기로 초대한다 침묵하며 잊혀진 기억 / 쌓인 추억들 녹슨 태엽 돌리듯 / 천천히 풀어본다. 회색빛 묵향 퍼지는 보물 3호 / 가족 앨범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였던지 (가운데 줄임) 오늘도 사라져 가는 시간과 공간 속에서 인생이 꽃이라면 / 지금도 피고 진다. -화도진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사진으로 기록하는 아카이빙> 수강생 강주희 씨의 시- 정말 그랬다. 신포동 비좁은 골목길을 지나 인천관동갤러리로 걸어가면서 나는 이날 개막하는 아주 특별한 사진 전시회 작품을 떠올리며 기대감에 한껏 들떴다. 어제(23일, 금요일) 아침 10시, 인천관동갤러리(대표 도다 이쿠코)에서는 아주 특별한 사진 전시회가 열렸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사진전’이 아니었기에 더욱 값진 전시였다. 인천시 중구에 있는 인천광역시교육청 화도진도서관(관장 강신호, 아래 화도진도서관)에서는 지난 4월 14일부터 <길 위의 인문학> 강좌로 '오래된 미래, 함께 만드는 새로운 과거'라는 주제의 강좌를 실시해왔다. 이 강좌에서는 개인의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1997년부터 나는 연변조선족자치주 일대에서 사진관을 경영했던 사람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이미 개인이 카메라를 소유한 시대가 와서 시골 사진관은 거의 폐업상태였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낡은 유리건판에서 민초들의 순수한 삶의 이야기가 들려오는 듯했다. 사진사 본인들은 인지 못 했겠지만, 그들은 시대를 새기는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는 간도사진관 시리즈 제2권 《기억의 기록》(토향출판)을 쓴 사진가 류은규 씨의 말이다. 《기억의 기록》은 사진 류은규, 글 도다 이쿠코 씨 부부가 펴내고 있는 재중동포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값진 작품집이다. 류은규 사진가는 이어 말한다. “한국 사진사(寫眞史)라고 하면 해방 전까지의 항일운동이나 생활 모습, 광복 뒤의 우리나라 사진만 생각하는데, 사실은 북한과 중국 조선족 사진사(寫眞史)도 우리가 함께 품어야 할 범주라고 나는 생각한다. 내가 재중동포의 사진기록을 모으고 정리하는 일은 그동안 소홀히 해왔던 삼분의 일의 우리 사진사(寫眞史)를 찾는 일이기도 하다. 1993년 한중수교 이전, 그들의 모습은 우리가 정말 몰랐던 생소한 부분이다. 이번 책에서는 광복 전부터 1980년대 말까지,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그제 16일(목)은 지금으로부터 78년 전, 일본 교토의 도시샤대학에 유학 중이던 조선 청년 윤동주가 숨을 거둔 날이다. 일제는 스물일곱 꽃다운 청년 윤동주가 조선어로 시를 쓴다는 이유로 잡아가 후쿠오카 형무소에 가두고 끝내는 목숨마저 앗아갔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바랐던 시인 윤동주,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하고자 했던 시인 윤동주는 안타깝게도 ‘자신의 꿈’을 펴지도 못한 채 차디찬 형무소에서 원인 모를 주사를 맞고 숨을 거뒀다. 윤동주 순국 78년을 맞이하여 윤동주 시인이 유학했던 교토에서는 도시샤대학을 비롯하여 하숙집이 있던 타카하라(지금은 하숙집이 헐리고 그 자리에 교토예술대학이 들어섬) 교토예술대학에서도 윤동주 시인의 삶을 추모하는 열기가 식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그제(16일, 목) 아침 10시, 교토예술대학 윤동주 시인 유혼비(留魂之碑) 앞에서는 교토예술대학 교직원ㆍ학생 및 외부 초청인들이 모여 헌화식이 거행되었다. 이날 추모식은 우에노 준(上野潤) 교수의 추모 인사에 이어 1부 헌화식이 있었고, 2부에는 윤동주 다큐멘터리 영화 상영의 시간을 가졌다. 우에노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윤동주 시인의 연구를 한다거나 책을 쓴다거나 글을 쓰는 사람이면 그 누구나 오무라 마스오 교수님의 자료를 활용하고, 가르침을 받지 않은 사람은 없을 터인데 그는 일본 내에서 윤동주 연구의 일인자로서 독보적인 존재였습니다. 특히 오무라 교수님은 1985년 중국 연변대학교에서 중국 조선족문학연구를 위해 1년간 연구 교수로 있을 때 윤동주(1917~1945) 시인의 무덤을 찾아낸 분이고, 《윤동주 자필 시고 전집(尹東柱 自筆 詩稿 全集)》을 펴내는 등 윤동주 연구에 쏟은 시간과 정성은 그를 따를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지난해 한국에 있는 도다 이쿠코 씨가 펴낸 《동주의 시절》 책을 보내와 우편으로 자택에 보내드렸을 때 직접 전화를 걸어서 아주 훌륭한 책이라고 높이 평가하시던 목소리가 마지막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지금은 오무라 교수님의 명복을 빌 뿐입니다.” 이는 평생 윤동주 시인을 포함한 한국문학 연구에 일생을 바치고 지난 1월 15일, 세상을 뜬 일본 학자 오무라 마스오(大村益夫, 89살) 와세다대 명예교수에 대한 야나기하라 야스코 씨의 말이다. 야나기하라 야스코(楊原泰子) 씨는 ‘시인 윤동주를 기념하는 릿쿄 모임(詩人尹東柱を記念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산골작이 오막사리 나즌굴뚝엔 몽긔몽긔 웨인내굴 대낮에솟나 감자를 굽는게지 총각애들이 깜박깜박 검은눈이 뫃여앉아서 입술이 꺼머케 숱을바르고 넷 이야기 한커리에 감자하아식 산골작이 오막사리 나즌굴뚝엔 살낭살낭 솟아나네 감자굼는내 - 윤동주 ‘굴뚝’ 1936년 가을- 이는 윤동주(1917-1945) 시인이 만 19살 때 쓴 시로 산골짜기 오막살이에서 친구들과 감자를 구워 먹는 모습이 흑백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아련한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는 <굴뚝>을 비롯하여 <고향집>, <오줌싸게 지도>, <애기의 새벽>, <이런날>, <무얼 먹구 사나> 등 잘 알려지지 않은 윤동주 시인의 시 스무 편과 간도 지역의 당시 사진 200여 장을 곁들인 책 《동주의 시절》(간도사진관 시리즈 1권, 도서출판 토향)이 출간되어 주목을 받고 있다. 신간 《동주의 시절》에 소개되고 있는 사진은 류은규 사진작가가, 글은 도다 이쿠코 작가가 쓴 것으로 어제(29일), 이 작가들을 만나러 인천관동갤러리를 찾았다. 류은규, 도다 이쿠코 씨는 부부 작가로 이들은 1993년부터 중국 헤이룽장성 하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새책 《동주의 시절》은 윤동주가 고향 북간도에서 쓴 스무 편의 시와 200여 장의 사진으로 구성한 사진자료집이다. 빛바랜 사진과 함께 아련한 추억을 더듬으며 우리는 윤동주에게 한발자국 다가 설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 윤동주 본인의 사진은 없지만, 북간도에서 윤동주가 보았던 풍경이나 사건, 그곳 사람들을 찍은 사진을 통해 시인이 살아 숨 쉬었던 나날을 상기할 수 있다. 시인이 청춘의 나날을 보냈던 간도의 중심지인 용정 거리, 조선 이민의 이야기, 간도의 항일 함성, 만주국의 현실, 그리고 시인의 사후 사회주의혁명 시기의 유가족들의 고난과 1980년대 이후의 시인을 기리는 활동까지 담은 다양한 사진을 통해 윤동주의 삶에 새롭게 접근해 보자. “이제 ‘간도’라는 지명은 지도상에서 없어졌고, 그들은 중국 조선족이 되었지만, 우리는 같은 언어와 같은 문화, 역사를 공유하는 같은 핏줄이다. 그들이 겪은 일들은 우리의 근현대사이기도 하다.” 강한 다큐멘터리 사진을 찍는 사진작가 류은규는 이렇게 말한다. 그는 사진이 가지고 있는 기록성에 집착하면서 지금껏 30여 년 동안 중국 조선족의 이주와 정착의 발자취를 밝혀내는 사진 자료를 수집해왔다.